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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롱디커플 연애 여정기 [한국/영국]
    연애 결혼 육아 이야기 2021. 5. 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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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남편이 된 우리 신랑과 나는 2010년 겨울한국에서 만났다.
    신랑은 당시 영국에 살고 있었고 업무 때문에 한국에 2주간 출장을 왔었다. 같은 사무실에서 며칠 얼굴 마주치며 근무하다 호감이 생겼는지, 신랑이 호의적인 신호를 보내왔지만 2주 후 머나먼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남자에게 마음을 열 수가 없었다.

    영국으로 돌아간 다음 날 그는 사내 채팅으로 매일 연락을 해왔고, 한 달 후 크리스마스 연휴에 나를 보러 한국에 오게 되면서 로맨스가 시작되었다.


    솔직히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 마음은 길면 6개월 정도에 끝나겠지 했다. 그는 여전히 영국에 살고 있기에 자주 만나는 것도 연락하는 것도 제약이 많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국인들은 롱디를 할 수 없는 종자(?)라고 들어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신랑은 보기 드문 지고지순 형이었다.
    시차가 있음에도 매일매일 연락해 왔고, 당시는 무료 화상채팅이 없었기에 일일이 문자톡을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나는 회식이다 모임이다 해서 톡을 못하는 날이 많았는데 신랑은 주중 주말 거의 대부분 연락을 해주었다.

    이런 꾸준한 신랑의 모습이 내 마음을 점점 열었고, 5년간의 롱디로 이어질 수 있게 된 거 같다.

    우리는 1년에 3번 정도 만났다.
    한번 만날 때마다 2주간 연차를 내고 같이 휴가를 보냈다. 5년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여행 겸 데이트를 즐겼다. 

    만나는 횟수는 적었지만 2주간 꿈같은 휴가를 항상 즐겨서인지 우린 어느새 이런 연애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만난 지 4년이 지난 2014년 크리스마스, 신랑은 플로리다에서 내게 프러포즈를 했고, 2015년 10월 라스베가스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면서 우리의 5년 롱디 연애는 종지부를 찍었다.

     

     

    손이 이쁘지 않아 반지가 부담스럽네 ㅎㅎ

     

     

    어떻게 5년 동안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자와 롱디를 할 수 있냐고 많이들 물어본다. 

    또한 다른 사람이 잠시라도 마음에 들어왔던 적이 없었는지 묻기도 했다. 

     

    정확하게 무엇이 우리 둘을 오랫동안 함께 하게 했는지 잘 모르겠다.

    드라마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불같이 사랑하고 그리워한 것도 딱히 아니다 ㅎㅎ

    그런데 지난 시간을 가만히 돌아보면.... 난 한 번도 나에 대한 신랑의 마음을 의심해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보이지 않더라도 그냥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계속 있었기에 우리의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았나 싶다. 

    (신랑은 다를 수도 ㅎㅎㅎ)

     

    우리 연애는 일상생활에서 늘 보던 연애가 아니라, 행복한 순간마다 해외여행을 즐기며 하는 럭셔리한 데이트였기 때문에 진짜 상대방의 모습을 모를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었다.

    신랑은 어땠을지 몰라도 나는 보여주지 않은 모습이 엄청 많았으니까ㅋㅋㅋㅋ 

    그래서 결혼을 결정하기까지 고심도 많았고 혹여나 정반대의 본색을 드러내면 어쩌나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결혼은 모든 이가 자기의 소신을 가지고 결정하는 일이기에 나도 이제껏 신랑이 내게 보여준 변함없는 신뢰를 믿고 결혼을 결정했다.

     

    지금은 결혼한 지 5년이 넘었고 그때의 결정에 후회 없다.

    아직 기겁할 만한 이상한 모습을 본 적도 없다 ㅎㅎ 
    여전히 불같은 사랑을 표현하는 커플은 아니지만 묵묵히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부부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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