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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원 소유의 로망과 현실
    영국 생활 2021. 5. 6.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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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에서 처음 집을 가진지도 벌써 3년이 되었다.

    영국은 대도시 중심부의 아파트를 제외하면 대부분 정원이 딸린 전원주택을 선호하고, 나도 아담한 정원이 있는 semi detached 주택을 구입했다.   

    오래된 집들은 정원이 꽤 크지만, 2000년대 후부터 지어진 집들은 정원 사이즈가 아담해졌다. 

    요즘 사람들이 가드닝을 잘 안 하려고 하기 때문인 듯하다. 

    우리 부부도 가드닝에 큰 관심이 없어서 아담한 정원이 있는 주택을 샀다.

     

    정원이 딸린 집이 흔하지 않은 우리 한국인들은 다들 정원에 대한 로망이 있다. 

    나 또한 처음 집을 갖고 엄청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날씨가 좋아지고 꽃들이 만발하는 첫 봄을 맞았을 때,  동화에서 보던 그림이 현실로 나타난 듯 너무 아름다웠다. 

    파릇파릇한 잔디와, 푸르른 하늘, 따스한 햇살, 노래하는 새소리! 

    내 정원이 있기에 느낄 수 있는 완벽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계속 흐르면서 불현듯 우리집 정원이 언젠가부터 못생겨 보이기 시작했다. 

    잔디는 쑥쑥 자라 엄청 길어졌고, 잡초들은 시도 때도 없이 사방에서 올라왔다. 

    정원에 사계절 두는 가구는 어느새 더러워져있고 1년도 안되어 색이 바래지고 겉이 벗겨졌다. 

    정원 바닥에 설치한 데크도 마찬가지로 페인트가 다 벗겨지면서 하얀 속내가 드러났다. 

    새들이 실례한 응가 자국은 여기 저기이고, 콘크리트 바닥은 흙과 먼지로 까맣게 덮여 있었다. 

     

    이런 얘기를 하니 우리 신랑은 정원이 저절로 예뻐지는 줄 아냐면서 코웃음친다.ㅎㅎㅎㅎ

    정원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엄청 들여야 한다면서!

    그러면서 정원 유지 보수 작업을 시작했다. 

     

    잔디 깎기 

    영국은 비가 많이 오고 특히 봄, 여름은 기온도 따뜻하기 때문에 잔디가 어마 무시하게 잘 자란다.

    2주만 지나도 돌아보면 잔디가 쑥쑥 커진걸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2주에 한 번은 깎아줘야 정원이 깔끔해 보인다고 했다. 

    확실히 잔디를 자주 깎은 정원이 뭔가 정리되어 예뻐 보이더라. 

     

    잡초 제거

    잔디가 잘 자라는 것처럼 잡초도 엄청 잘 자란다. 

    잡초는 특히 장소 불문 여기저기서 수시로 올라오므로 제거를 자주 하지 않으면 지저분한 정원이 되기 십상이다.

    영국에 와서 안 사실은 영국은 잡초 제거 약품, 장비들이 엄청 많다는 사실ㅎㅎ

    처음에 그냥 손으로 잡고 뿌리째 뽑으면 되지 했는데 뽑아도 뽑아도 계속 자라는 잡초 지옥에 빠지기 전에 약품이나 장비를 사용하는 걸 추천한다. 

    특히나 정원 바닥 (Patio) 사이사이로 올라오는 잡초들은 뿌리째 뽑아도 그 틈 사이로 다른 잡초들이 금세 차지하여 자라나므로

    Weed killer 약품을 뿌려 서서히 죽이거나 Weed fire 장비로 불로 지져 죽이면 ( 표현이 무섭네 ㅎㅎ) 잡초들이 서서히 없어지고 틈은 그대로 막혀 있으므로 잡초를 한동안 볼 수 없게 해 준다.  

     

    처음엔 멋모르고 팔 힘으로 잡초 제거만 1시간 해본 적 있는데, 그다음 날 잠을 못 잘 정도도 팔이 너무 아파 Pain killer를 먹어야 했다. (무식하니 몸이 고생 ㅎㅎㅎ)  

     

    가구 보호제 칠하기

    우리는 3년 전에 나무로 된 정원 가구를 구입하고 바로 보호제를 칠해줬다.

    처음 샀을 때는 이렇게 깨끗했네.. 

    2년 후 보호제를 한번 더 칠했는데 지금은 맨 위의 사진처럼 하얗게 벗겨져있다. ㅠ.ㅠ

    1년에 두 번 정도는 칠했어야 했구나 (흑흑)

    보호제 칠하는 것도 만만치 않게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가구가 많다면 더 하겠지..

    나는 의자 4개, 테이블 하나 하는 데에도 몇 시간이 걸렸다. 

     

     

    데크 페인트 칠하기

    데크도 나무로 된 거라 처음 이사 오고 페인트칠을 싹 해주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밑에 사진처럼 거의 다 벗겨져서 히끄무리하다. ㅠㅠ

     뭔가 더러워보이고 새로 갈아야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데크도 비싸기에 다시 페인트 칠을 할 수 밖에 없다. 

    데크 페인트는 면적이 넓어서 페인트 붓으로 하기엔 무리다. 

    스프레이용으로 된 장비를 이용해 페인트를 스프레이처럼 뿌려야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다. 

     

     

    정원 바닥, 벽 청소

    영국은 비가 자주 와서 빗물에 바닥이나 벽이 저절로 청소되는 줄 알았다. ㅎㅎㅎ

    신랑이 이 얘기를 듣더니 완전 어이없어한다 ㅋㅋ (나만 이런 생각 한 건가? ㅎ)

     

    바닥을 청소했더니 흭!!!! OMG

    이게 원래 바닥 색이었구나 (헐헐헐)

    원래 바닥이 거무죽죽한 색인 줄 알았음 ㅎㅎ

    바닥 청소도 솔이나 빗자루로 하면 다음날 근육통을 각오해야 한다. 

    Pressure washer로 몇 번만 휙휙 훑어주니 묵은 때가 금세 벗겨진다. 

    이래서 정원 장비가 하나씩 느나 보다 $$$

     

    벽 색깔은 처음 봤을 때 풀색이었는데 이것도 원래 색이 아니었다.

    Pressure washer로 닦으니 원래 나무색이었다는 ㅎㅎㅎ

     

    청소 전과 청소 후의 벽색이 확연히 차이 난다 OMG!

    Pressure washer를 사용해도 벽 면적이 넓어서 청소하는데 시간이 엄청 걸렸다.

    한쪽 면만 청소하고 페인트 칠 해 놓은 상태다..

    나머지는 언제 청소하고 언제 페인트 칠하지 ㅠ,ㅠ

     

     


    정원 유지하는 데에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지 몰랐다.

    예쁜 정원 사진 하나 찍어 SNS에 올리기까지 뒤에서 항상 가꾸고 청소하는 노력이 있어야 했다. 

    거저 얻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게 맞네 ㅎㅎ

     

    로망을 즐기는 순간은 짧고 청소하는 시간은 길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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