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생활

[영국 신랑 셀프헤어컷팅] 어쩌다 남편의 개인 이발사

아네아네 2021. 5. 2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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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판데믹으로 영국에 봉쇄령이 내려진 지 세네 달 후, 미용실을 못 가는 사람들의 머리가 거추장스럽게 변해갔다.
나와 우리 신랑도 길어질대로 길어진 머리를 주체하지 못해 나는 질끈 묶어 다니고 신랑은 단발 아저씨가 되어 갔다.


당시 유투브에 셀프 컷팅이 유행하면서 나는 유튜브를 보고 배운 대로 나름 두 번 컷팅을 하며 1년을 버텼다.
신랑은 머리가 아주 짧고 평소에 1cm로 자르는거 외에는 관리를 전혀 안하는터라 이참에 셀프 컷팅기로 쉽게 머리를 잘라보겠다고 주문을 했다.
그러더니 셀프 컷팅기가 왔는데 본인은 셀프로 못하겠다고 나더라 해달란다 ㅡㅡ


컷팅기라고 온 것은 일명 바리깡인데 원하는 길이로 설정만 해놓으면 그 이하로는 잘리지 않도록 되어 있단다.
흠 그렇담 뭐 그래 어렵지도 않아 보이니 일단 잘라보기로 했다.
1cm로 설정해 놓고 밑에서부터 위로 주욱 컷팅기를 밀었다.
뜨아!
신랑 머리가 덥수룩했던터라 고속도로 자국이 남았다. ㅋ ㅋ ㅋ


잘하고 있는건지 어쩐 건지 덜컥 겁이 나기도 했지만 다 잘라놓으면 괜찮겠지 하면서 계속 밀어나갔다.
힘을 균형 있게 주는 게 컷팅기를 사용하는 요령인 거 같다.

푸시를 많이 하면 짧게 쳐지고 그렇지않으니 조금 덜 잘려서 살짝 길게 잘리는 듯했다.

조심조심 한줄한줄 전체적으로 고르게 자른 후 목 주변의 가장 밑부분을 일자로 만들기 위해 길이 조절 가젯을 아예 빼버리고 순수 바리깡만으로 밑을 치기 시작했다.


잉~~~~ 하는 소리가 긴장하게 만들었지만 처음 치고는 꽤 잘하고 있다는 생각에 으슥하던 찰나! 헛손질을 하는 바람에 밑이 엇나갔다.

순간 3초간 정적이 흐르고 나는 얼음이 되었다.

신랑이 What? 하고 물었지만 아무 대답을 못하자 대충 짐작을 한 듯했다.
으악... 망했다 ㅎㅎㅎ

왼쪽 밑이 움푹 파였다 헐...


왼쪽이 너무 파여서 수습을 하려 하다가 오른쪽도 헛손질로 파이고 말았다 ㅠ,ㅠ

 

OMG!!!!!!!

 

후덜덜..

어뜨케 ㅜ,ㅜ

신랑은 눈을 똥그랗게 뜨더니 차라리 안볼련다 하면서 끝까지 보지 않았다 ㅎㅎㅎ

 

가운데 왼쪽 부분이 하얗게 파인건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거긴 머리카락이 없었다 ㅎㅎ

 

락다운 기간이라 망정이지 매일 출근하는 상태였으면 큰일 날 뻔했다 ㅎㅎ

뭐 이러고 한 두 번 사무실에 가긴 했지만 사무실이 거의 비어있어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듯 하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장 보러 슈퍼는 갔지만 어차피 모르는 사람들이니... 어휴 다행이다 ㅎㅎ

 

근데 신랑은 나보다 더 Don't care 다.

머리가 파이던 어찌 됐던 별로 신경을 안 쓰는 듯했다.

그러고는 4-5개월 뒤, 나보다 또 잘라 달란다 ㅋㅋㅋㅋㅋ

이런 꼴을 만들어 놨음에도 불구하고 또 잘라 달라닛!!!

 

그 일 이후엔 정말 더 조심조심해서 자르고 있다.

신랑이 뒷부분에 땜빵도 있어서 1.5cm로 조금 더 길게 잘라서 땜빵도 가려주고,

목 뒷부분도 나름 일자로 맞춰서 잘랐다. (사진으로 보니 일자가 또 아니네여 ㅠ,ㅠ 머리 자르기 참 힘들어요)

근데 너무 길게 잘랐더니 위에 빈 곳이랑 너무 티가 나네 ㅎㅎㅎ

그냥 빡빡이로 밀라니깐 그건 또 싫단다 ㅋㅋㅋ

우리 신랑 지못미 ㅎㅎㅎ

영국 락다운이 이미 끝났는데도 이발소 갈 생각을 안 하는 우리 신랑은 죽을 때까지 나한테 머리를 맡길 생각인 거 같다.

돈 아껴서 좋긴 하다만 너의 머리 스타일한테 정말 미안하구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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